우리 결혼했어요.

용서커플 (10.02.27~11.04.02)

나흘 밤낮을 이 커플 복습을 했다. 그 중 사흘은 울고 마지막 날은 홀가분해졌다. 모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보고 또 보고 또 봤지만, 그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다운로드까지 완료했다. 이건 DVD가 나와야 한다. 이거야말로 REAL 완벽이니까.

우결을 본 건 닉쿤 때문이었다. 뭐든 완벽할 것 같은 닉쿤이 자기도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걸 지켜보는 게 꽤 흥미진진했다. 하나 슬슬 지루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3월 19일의 용서커플의 에피소드는 이게 뭐지?!하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 그리고 2회에 걸친 헤어짐을 위한 방송을 겨우겨우 기다려 본방사수했다. 그전까진 용서커플을 기다린 적도 유심히 본 적도 없어, 봤어도 기억이 흐릿하므로 그들의 과거가 궁금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담백하게 헤어질 수 있는 걸까?

고3 때 다닌 독서실 옆에는 나와 친구의 공부를 방해하여 재수까지 같이 하게 만든 문제의 만화방이 있었다. 당시 저린 가슴을 쥐어 뜯어가며 정독한 '꽃보다 남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20살, 22살 청춘의 Falling Slowly Story.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어여쁜 서현과 나는 닮은 구석이 있다. 보통은 잘 쓰지 않는 어휘에 확실한 자기 세계. 그녀가 예측불허의 말을 던지면 주위는 빵 터지는데 그녀 스스로는 반응의 이유를 모르는 그런 장면이 낯설지가 않더란 말이다.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물어볼 정도로 하얀 도화지인 서현을 정용화는 보호해주고 싶었던 듯하다. 그런데 둘의 조화가 최상인 이유는 아무리 연애엔 서투르더라도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서현은 가지고 있었고, 정용화 또한 타인이 보기에 답답한 면까지 긍정적으로 포용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에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폭풍친화력을 갖고 있었다. 서현이 마음을 차근차근 열 수 있도록 다가가 주고 그런 진심을 느낀 서현은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것도 사랑스럽게. 적극적으로. 또 서로의 지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2월에 만나 6월 말에 손을 처음으로 잡았으니 참으로 오래 참음이었다. 답답하다, 지루하다는 반응들이 있어 그들도 꽤 신경 쓰고, 또 바라고 있었겠다. 처음 손을 잡을 때 서현은 소녀시대의 'kissing you'의 한 소절을 불렀다.

'그대와 발을 맞추며 걷고 너의 두 손을 잡고..'

어느 누가 처음 남자와 손잡고 이런 사랑스러운 노랠 부를 수 있을까?! 이런 해맑고 사랑스러운 의외성에 정용화는 항상 감탄한다. 지나간 22일을 기념하자며 먼저 제안하고, 씨엔블루 멤버를 위한 맞춤형 집들이 선물에 밑반찬까지 만들어오고, 생일 선물로 사랑스러운 노래와 사진과 손 글씨로 꾸민 책에 커플링을 준비하고, 항상 건강상태를 신경 써주고, 지금껏 고수한 자신의 벽을 스스로 깨겠다며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실망할 일이 있으면 더 나아지고 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며 격려해준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사랑받는 만족감보다 우선한 상대를 향한 배려와 사랑.

그런데 대박 반전은 정용화 자신이다. 책을 평소 읽지 않는 그가 서현이 사 준 책으로 노트 1쪽이 넘도록 독후감을 써주고, 편지 잃어버렸다고 손 글씨와 폴라로이드 사진들로 만든 포토북으로 미안함의 진심을 전달하고,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놀라운 행복함을 선사하는 손 글씨와 사진으로 꾸민 일본 가이드북을 선물하고, 생일 선물로 고구마밭에 어머님과의 커플 목걸이와 편지를 주고, 좋아하지도 않는 춤을 배우고 춰주고, 그렇게 좋아하는 스노보드를 서현에게 정성을 다해 가르치느라 포기했고, 서현이 무엇을 하든 잘한다, 천재다, 최고다를 외쳐주고, 서현이 떠준 목도리를 잃어버린 미안함으로 뜨개질 방에 직접 가서 배워 커플 목도리를 만들어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목도리를 만든 과정을 담은 사진과 손 글씨로 포토북까지 만들어주었다. 그가 만든 핸드메이드북마다 어설프지만 재미있는 그림들이 서현을 행복하게 했다.

내가 앞서 말한 3월 19일에 머리가 돌 맞았던 용서커플 에피소드가 바로 그 목도리 선물 사건이다. 그런데 앞선 에피소드까지 차례로 보니 몇 번이나 머리에 돌이 날아왔는지 멍멍 멍~하다. 보통 남자들은 미안하다 말 한마디로 대신하거나 돈으로 해결하거나 화제전환을 하여 순간만 모면하려고 하여 여자가 잊어주길 바란다. 여자는 문제의 근본이 해결되지 않으면 잊기는커녕 그 갑갑함을 추스르기 어려운데. 그런데 정용화의 대처법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고, 보통의 남자라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들이었다. 어느 여자건 한 번은 해봤을 십자수, 손뜨개질 선물,, 그 정성을 가늠할 수 없는 남자. 그 사람의 심정이 어떨까 공감하고 이해해줄 방법은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었구나... 그 외에도 일상적인 배려는 언제나 한결같아 몸에 배어 있었다. 그냥 온몸의 레이더가 서현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로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을 갖기는 쉬워도 적절히 표현한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그들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어느 한 사람 과하고 부족함 없이. 이것이야말로 연애의 정석이라는 듯이. 섭섭한 게 있어도 그거 하나로 꽁해하지 않고 섭섭하지 않은 나머지 사랑을 더 크게 표현하는 여유로운 마음.

그들은 최후의 헤어짐을 앞두고 할 말은 많은데 표현할 수 없음을 공감하면서 네 마음이 내 마음일 거라고 했다. 본방 때는 이 말을 두고 갸우뚱했다. 겨우 우결일뿐인데 네 맘이 내 맘이다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서로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한 그들은 결국 부부 일심동체의 경지에 이른 것이었구나! 나도 이해하였다. 그들의 그동안은 진심 REAL이었다.

그들의 사랑스러움에 홀딱 빠져 아름다움에 울고 있다가 대체 왜 이들에게 꽂혀 며칠을 이러고 있을까 한마디 한 장면 모니터를 했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무슨 이유로.. 그들의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 저들에게 배우고 싶다. 나도 착해지고 싶다. 나도 해맑게 긍정해보고 싶다. 나도 까르르.. 웃어보고 싶다.

서현의 끊임없는 해맑은 웃음소리가 강한 여운으로 남는다. 그녀가 신비로운 소녀에서 만개하는 숙녀로 성장하도록, 그가 나날의 시름을 날리고 유쾌한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서로에게 즐거움이 되어 숨겨진 장점을 하나둘씩 꺼내주던 그들.. 미남밴드에 쏠린 편견, 표절 시비, 안티팬들의 공격, 언론의 시달림,, 어린 나이에 겪는 아픔이 클 텐데도 중심을 잃지 않고 겸손함을 유지하며 발전을 거듭하는 그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Page last modified on 2011-04-09 17:12 by s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