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p.385

난 다만, 다만 외로울 뿐이에요. 오히려 자기는 내게 여러 가지로 친절을 베풀어 줬는데, 내가 자기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 같아서 힘들어요. 자기는 언제나 자기 세계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아무리 노크를 해도 잠시 눈만 올려떠볼 뿐,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것 같아요.

지금 콜라를 든 자기가 막 돌아오고 있어요.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며 걷고 있는 것 같아서 뭔가에 걸려 넘어져 버렸으면, 하고 나는 생각했지만 넘어지지는 않았어요.

자기는 지금 내 옆에서 꿀꺽꿀꺽 콜라를 마시고 있어요. 콜라를 들고 돌아오면서 "아니,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잖아!" 하고 놀라워해 줄 걸 기대해 봤지만 허사였어요. 만일 그래 줬다면 이 따위 편지는 박박 찢어버리고 "저, 자취방을 구경하고 싶어요. 맛있는 저녁을 지어 줄게요. 그리고 사이 좋게 함께 자요." 하고 말할 수도 있었는데 ...... 하지만 자기는 철판처럼 무신경했어요. 안녕.

P.S. 이 다음에 교실에서 만나도 내게 말 걸지 말아요.

p.388

4월은 혼자서 지내기엔 너무나 외로운 계절이었다. 4월엔 주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게 보였다. 사람들은 코트를 벗어 던진 채, 양지 바른 곳에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캐치볼을 하거나,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완전한 외돌토리였다. 나오코도 미도리도 나가사와 선배도, 모두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겐 "안녕" 하고 인사할 상대조차 없었다. 그 '돌격대'마저도 나는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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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가고 5월이 왔지만 5월은 4월보다 더 가혹했다. 5월이 되자 나는 깊어 가는 봄의 한가운데에서 마음이 떨리고, 흔들리기 시작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 떨림은 대개 해질녘에 찾아들었다. 목련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 오는 옅은 어둠 속에서, 내 마음은 까닭없이 부풀어오르고, 떨리고, 흔들리고, 아픔으로 차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천천히 오랜 시간이 걸려 그런 느낌은 지나갔고, 그 후에 둔탁한 아픔을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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