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외딴방

1판 1쇄 1995년 10월 20일
2판 1쇄 1999년 12월 6일
신경숙 지음

p.228

사랑은 여러 얼굴이다.
나는 그를 흠모하므로 실제의 그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스무살 때였다. 그가 섬광 같았다. 그의 눈으로 포착되는 사물들이 내뿜는 비의가 나를 끌어당겼다. 나도 그처럼 되리라, 생각했다. 아름다운 그 사람 옆으로 가기 위해 나도 아름다워지리라. 그에 대한 연모는 점점 더 완강해졌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를 흠모하는 내 마음이 그에게로 섣불리 갈 수 없는 연유가 되었다.

p.257

어디에 가서 앉아야 할지 모를 어설픔이 남긴 마음의 상처.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러서도 사람 많은 곳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맨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그곳에 가면 내 자리는 있을까. 어설퍼질 것 같으면 안 가게 돼버리는 성장하길 멈춘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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