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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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 봤던 어머니 얼굴에서 나이를 실감한 후로 가끔씩 어머니나 아버지를 뵐 때마다 이 순간이 영원할까. 이 순간, 우리가 같이 살았다는 기억을 망각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질 때가 있다. 어느 날, 모교를 지나면서 내가 이 학교에 다녔었나 하는 기분에 섬뜻했던 순간이 있었으니 도대체 무엇을 기억하며 살고 있는지 알 수 없구나.

아무도 나서지 않아 어머니는 아파트 반장을 자처하며 반상회 모임을 이끄신다. 반상회마다 나타나서 교양은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1시간 내내 화만 내고 가시는 00호 할아버지를 보기 싫어 우리집에서 반상회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어머니에게 짜증을 냈다. 반상회 알림 공지도 굳이 컴퓨터 글씨로 프린트 하고 싶으시다고 나에게 부탁하셨는데 나는 번번이 짜증을 냈다. 결국 어머니는 나에게 반상회에 대해 아무 코멘트도 안 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보아하니 어머니는 돋보기 안경을 쓰고 독수리 타법으로 겨우겨우 공지 타자를 치고 계신다. 보다 못해서 그 몇 자 오늘만 해준다며 쳤다. 기분이 좋아지신 우리 어머니,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가 모토였던 우리 어머니가 오늘은 당신이 이만큼 발 벗고 나서서 아파트 값 올려놨다고 하신다.

부동산에 대해 까막눈이던 우리 어머니는 이사오기 전 동네가 지금은 뉴타운 부지여서 그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그 억울함을 몇 년째 떨치지 못하고 계신다. 분명히 공무원이었던 아무개씨가 몇 번이고 언질해줬는데 그걸 무시했다며. 결국 몇 년 동안 들어온 xx뉴타운 얘기에 질린 나는 화를 버럭 내고 말았다.

기분 많이 상하신 우리 어머니. 에효.. 나랑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