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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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아나운서

마음을 비웠던 실무 면접

저는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이번이 첫 시험이었습니다. 시험 경험이 없어서 카메라 위치도 못 찾고, 매우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3차 시험인 실무 면접이 끝나고는 좌절(?)했습니다. 다섯 개 정도 질문을 받았는데 두 번째 질문에서 대답을 잘 못 했거든요. 아직도 그 질문이 생생합니다.
""어제 국정감사가 시작됐는데,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을 요약해서 말해 보세요.""
여기에 제 답변은?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시험 준비 때문에 어제 신문을 보지 못하고 일찍 잤습니다.""
제 마음속은 '아차, 떨어졌구나!'였습니다. 언론사 시험을 보러 온 사람이 어제 신문을 안 봤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굳어진 심사위원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괴로웠습니다. 이어진 질문은 최근에 읽은 책의 내용을 영어로 소개해 보라는 것이었는데, 영어보다도 일단 책 내용이…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전쟁 같은 마음과는 달리 밝게 웃으면서 차분하게 영어로 대답했습니다. 물론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지만요.
사실 같이 들어간 친구들 중에서는 질문이 가장 많았기에 기회는 많았지만 아무래도 처음에 대답을 못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습니다. ‘왜 오늘따라 신문을 안 보고 온 걸까!’ 머리를 콩콩 박고 싶었고요. 부족한 답변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에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습니다.
“뭡니까?” 라는 심사위원의 물음에
“네, 제가 오늘 면접을 잘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준비해 온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됐습니다. 나가보세요.”
꽈과광… 제 마음은 정말로 아파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대로 나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저는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한 번 더 부탁을 드렸습니다.
평소에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은지라 귀여워 보일 수 있는 일본어 프로그램 진행을 준비해 갔었거든요. 엎드려 절 받기라고, “그럼 한 번 해 보라”는 심사위원님의 말은 ‘쟤 왜 저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울고 싶었지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해 일본어 장기자랑까지 보여드리고 나왔습니다.
면접 직후에는 내년을 기약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KBS는 정말 가고 싶었는데 제대로 못한 제 자신이 미워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제 부족한 점을 많이 깨달았고, 다음에 시험을 보면 더 겸손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쨌든 제 예상과는 달리 3차 면접을 통과한 것을 보면 달변가나 꼭 정확한 답변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방송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이 닥치기 마련인데,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주 관심사이셨던 듯합니다. 모르는 것,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는 거짓말을 하거나 무마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차라리 솔직하고 깨끗하게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밝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더더욱 좋겠죠? 저처럼 마지막에 손을 들어 장기자랑을 할 수 있는 것은 글쎄요, 용기 있는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처절해 보일 수도 있으니까 잘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달리기!

마음을 비우던 차에 최종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어서 얼떨떨했습니다. 하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에, 아쉬웠던 3차 면접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 정말 열심히 마지막 시험을 준비했지요. KBS와 관련된 기사는 모두 찾아 읽고 볼 수 있는 방송을 다 보면서 아나운서 시험 그 어느 과정보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고3 이후로 시험 준비를 하느라 잠이 부족했던 건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면접장에 들어가니까 사장님을 중심으로 많은 임원진 분들이 앉아 계셨습니다.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정말 쉴 틈 없이 질문이 쏟아지더군요. 나중에 세어보니 질문이 거의 50개에 육박했습니다. 겉으로는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최종 면접은 생각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가끔 심사위원 분들과 웃기도 하고 농담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여유로운 와중에도 날카로운 질문들이 던져졌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에도 외줄을 타듯, 심혈을 기울여서 대답했습니다. 왜 최종 면접을 ‘압박 면접’ 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최종 면접을 마치고 나올 때는 시원섭섭했습니다. 여기까지 기회를 준 KBS에 매우 감사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만약에 이번에 안 되어도 좌절하지 말고 또 도전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음을 비워서일까요?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보고 나오던 와중에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동안 그 사실을 믿지 못하다가 캠퍼스를 마구마구 뛰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